
도서명 : 시로 여는 세상 91호 가을호 저자 : 시로여는세상 편집부 출판사 : 시로여는세상 어느 여름보다 길고 지루한 열대야 속에서도 어김없이 절기는 순환하고 계간 시전문지《시로여는세상》은 소슬한 세상을 기대하며 가을호를 발간한다. 계간《시로여는세상》은 시와 평론을 주로 다루는 문예지로 이번 호는 통권 91호이다. 정직하고 치열한 시 정신을 추구하고 예술 전반으로 시야를 확대하는 일은 이번 호에서도 계속되고 있다.
책머리는 시단 선후배 시인의 대담 지면인‘시심전심(詩心傳心)으로, 삶의 아름다움과 그것의 덧없음, 그리고 삶의 덧없음과 그것의 아름다움에 대해 김언 시인과 이날 시인이 나눈 대담을 통해 김언 시의 시적 과정에서의 얻은 색청이라는 개념을 다루며 음악이나 소리를 들으면 색깔로 느끼는 색청이라 한다고 한다면, 생각, 감정, 기분 등을 색으로 느끼는 그것이 곧 창작의 탐색일 것이라는 질문을, 이날 시인의 시어에 담긴 굴절과 착란의 두 양상에 대한 두 시인의 탐색이 신작과 근작시의 유려한 작품 속에 드러난다.
비평가의 시선’에서 이숭원 평론가는 비평‘관념과의 싸움’이란 표제 아래 시인은 구체성의 실현을 위해 언어와의 고투를 벌이며 구체성의 실현을 위한 탐구와 성찰의 시간은 시인에게 구도의 과정과 같다고 진단하며, 황동규 시인의 두 작품을 들어 관념적 서술 이전에 구체적인 정황이 제시되고 그 정황의 세부를 구체적으로 묘사하고 서술하는 시적 장치들이 다양하게 배치되었기 때문에 우리는 아무런 거부감 없이 생명체의 독자적 공존이라는 이 시의 관념적 주제에 무리 없이 동참하게 되며 이것이 바로 구체성이 갖는 힘으로 언술한다.
기획 연재인‘예술기행’에는 박선옥 시인이 미켈란젤로가 생애를 보낸 현장인 이탈리아 시에나를 찾아 미켈란의 시간 1496년, 이후로 가는 연습을 두 발로 걸으며 쓴 본격적인 기행을 읽을 수 있어 이번 호에도 예술 전반으로 시야를 넓히려는 시도를 지면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번 가을호 신작시에는 1967년 《한국일보》신춘문예로 등단한 이건청 시인의 신작 외에 정수자, 정끝별, 이찬규, 강연호, 심재휘, 주영헌, 정운희, 도복희, 김조민, 이정화, 신성률, 이원석, 박은숙 시인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으며‘어른을 위한 동시’지면에서는 이준관 시인의 동시를 감상할 수 있다.
‘내가 만난 생명들 6’에서 최두석 시인은 ‘들국화는 무슨 꽃일까?’라는 제호를 통해 꽃에 둔감한 사람들이 느슨하게 들국화라 부르는 개미취, 쑥부쟁이, 구절초, 산국, 해국 등을 구분하며 이 꽃들이 없으면 이 땅의 가을이 얼마나 허전할까 상상하면서 이들이 얼마나 우리의 가을을 생생하고 풍요롭게 빛내는지를 바라보는 자연 에 각별한 시인의 시선을 발견할 수 있다.
‘계간시평’지면을 맡은 평론가 이성혁은 ‘시, 타자와 만나는 장소’라는 관점에서 시인의 마음과 조응하는 시공간에서 사물이 어떻게 새로운 존재로 의미화 되는지를 지난 계절 포착한 시로 심도 있게 짚어본다. SNS 상에 활발한 집필활동으로 주목을 받고 있는 문예비평가 김미옥의 연재‘인플루언서의 현장’에서는 문학 작품 번역이 갖는 문제를 다루며 직역이든 의역이든 각국 국민의 정서를 고려해야 한다면서 ‘정서’는 번역이 아니라 창작이다 라고 번역의 진수를 진단한다. 마지막 코너인 ‘에디터의 Pick’에는 김병호 시인이 한 계절 관심 있게 주목한 강빛나, 김요아킴,하 린, 홍순영 시인의 시집에서 Pick한 시와 함께 시인의 서재와 독자들에게 보내는 글을 함께 게재해 독자들에게 한 걸음 시에 가깝게 다가서도록 기획한 지면으로, 시인과 독자가 함께 시가 지닌 치유력에 공감할 수 있도록 여는 페이지이다.
7월에 마감되는 신인상 공모에 많은 독자들이 준 관심에 감사를 드리며, 심사자들은 이번 심사에서는 임선우, 하지은, 두 명의 당선자를 뽑았다. 둘의 우열을 가리기가 쉽지 않았거니와 둘 중 하나도 놓치기 싫은 욕심 때문이다. 다만 이번에는 작은 차이로 낙선한 분들이 많아서 지난 전반기보다 아쉬움이 훨씬 크다. 분발과 정진을 부탁드리며 그들에게 더 큰 응원을 보내드린다. 《시로여는세상》은 출판이 여전히 우리 문화의 근간을 이루며 가치를 창조하는 귀한 영역이라는 믿음으로 다음 호를 준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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