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서명 : 세상 끝의 손 배달부 저자 : 안김현정 출판사 : 사해
“Chi siete, 당신은 누구입니까?”
안김현정의 첫 소설집 세상 끝의 손 배달부는 끊임없이 질문한다. 당신은 누구입니까? 이는 소설 속 인물을 향한 질문이기도 하고 독자를 향한 질문이기도 하다. 혼잡한 세상에서 당신은 어떻게 살아가는가.
「손 배달부」의 지원은 알바 중 자신의 배달 상자에서 잘린 손을 목격한다. 엄마와 실랑이하다가 엄마의 손목이 사라지는 기이한 장면을 보기도 한다. 알바 사장에게 손에 대해 묻자, 소녀는 답한다. “우리 산에는 호수가 하나 있어요. 거기엔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게 가득하죠. 그게 손이라면 손이고, 발이라면 발이겠네요.” 손이 꼭 필요한 사람은 멀리 있지 않다. 「우체국 6호 박스 세 개」에서 주인공 한나는 아버지의 은퇴 이후 온 가족이 모여 살 목적이었던 집에서 짐을 정리한다. 가족들은 서로가 불편한 존재가 되어버렸다. ‘본가’가 될 예정이었던 집은 팔리고 가족들은 모두 흩어진다. 한나는 말한다. “이 책장에 불을 지르려고 했어. 지난겨울에.” 책장은 한나의 모든 것이었다. 그 책장을 태우려던 이는 우체국 박스 3개로 정리한 30년 치의 짐을 부친다. ‘한나’라는 이름을 버리고 ‘카르멘’으로 새로운 비행을 시작한다.
소설을 읽다 보면 우리는 소설 속 인물들의 삶을 통해 보지 못했던, 혹은 외면했던 스스로와 세상을 마주하게 될지 모른다. 한 인간의 손이 어떻게 삶에서 잘려 나가는지, 한 사람의 모든 것이 어떻게 책장 하나에 담길 수 있는지. 소설과 함께 지금을 살아가는 이들은 끊임없이 세상과 스스로를 향해 질문할 것이다. “당신은 누구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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