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서명 : 박정문의 인생이야기 저자 : 박정문 출판사 : 도서출판등
노안(老眼)이 와서 책 읽기가 힘드신 분은 이 문집의 발간 취지를 담은 이 페이지만 읽으셔도 됩니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이 있듯이, 아무리 좋은 추억이나 업적도 흩어져 있으면 언젠가는 잊혀집니다. 저는 프로가 아니므로 다이아몬드나 진주목걸이처럼 예쁜 목걸이를 만드는 재주는 없습니다. 하지만 강가의 조약돌이면 어떻고, 산속의 도토리면 어떻습니까? 제 능력이 허용되는 범위 내에서 저만의 개성 있는 목걸이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기억의 저편으로 이미 사라진, 또 언젠가는 잊혀질 저의 인생기록을 한 권의 책으로 엮어 보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자서전적 개인문집을 남기기로 했습니다. 2005년에 51살까지의 인생을 정리하여 문집 10호를 만들었고, 2012년에 52살부터 57살까지의 인생을 또 한 번 정리하여 문집 11호를 만들었고, 2022년, 마지막으로 68살까지의 인생 이야기를 담은 개인문집 12호를 발간하게 되었습니다.
책 선물을 받았으니까 꼭 읽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노안이 와서, 남의 인생 이야기라서, 글과 친하지 않아서, 생활이 바빠서... 나름대로 여러 가지 이유가 있기 때문이죠. 그래서 저의 인생이야기가 담긴 글을 읽는 사람은 아마 열에 두세 명 정도 되리라 생각합니다. 그래도 만족합니다. 왜냐하면 이 책의 발간 목적이 저의 평범한 인생기록을 남에게 알리고자 하는 취지보다는 먼 훗날 제가 살아왔던 인생을 되돌아볼 때 기록해 놓은 자료가 있어야 추억하기 쉬울 것 같기 때문이지요. 제 나이 여든살쯤 된, 어느 따뜻한 봄날, 집 근처 공원 벤치에 앉아 커피 한 잔 마시면서 제가 만든 열두 권의 개인문집들을 천천히, 아주 천천히 읽습니다. 그리고 제가 살아온 인생을 추억합니다.
과연 나는 잘 살아온 건가? 우리 아들, 딸, 그리고 며느리, 사위, 손자들... 열심히 재미있게 살고들 있나? 내가 살아왔던 인생길보다는 잘 살면 좋을텐데. 내 친구들은 지금 뭐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을까? 내일쯤 한 번 그 친구랑 춘천으로 막국수나 먹으러 가야겠다. 지하철도 공짠데.
이런저런 기분 좋은 공상을 하다가 꾸벅꾸벅 졸기도 할 겁니다. 날씨는 화창하고 하늘은 푸르고 이제 인생을 갓 시작하는 어린아이들이 해맑게 뛰어노는 소리도 어렴풋이 들리고 내 옆에는 비둘기들이 내가 과자 부스러기를 던져주길 기다리고 있고. 노후에 이렇게 여유롭게 살다가 하늘나라에 가면 행복한 거 아닐까요? |